ARTist
YEJIN SHIN
예진아 그리로 가지마라
왜?
거기 고양이가 죽어있다. 징그럽다.
맞나?
그래. 그리로 가지마라
응…
하지만 이미 발걸음은 그 골목을 향하고 있다
멀리서 보이는 저 것은 죽어 있는 건지 잠을 자고 있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성큼성큼 다가가 보니 배가 갈라져 피를 쏟고 있지만
그렇게 징그럽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매일 그 곳을 향한다.
무엇을 기대하는지도 모른 채 매일 그 곳으로 향한다.
어느 날,
멀리서 보이는 저것은 분명히 살아있었다.
누워있지만 분명히 꿈틀대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 보니 배를 가득 채운 하얀 벌레는
처음부터 그 속에 있었던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고양이가 벌레들을 품고 있던 것인지
벌레가 고양이를 살아있게 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저 아직 살아있다는 감각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골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어떤 것에 대한 호기심은
한 동안 온 동네 골목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게 만들었다.
분명히 다시 살아서 달아난 고양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는 죽어버린 생명체가 다시 살아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상에서 시작한다.
아마도 그 때의 나는 고양이가 부활하여 다시 멀리 도망갔다고 생각한 것 같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고양이와 깨끗해진 골목이 그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었다.
그게 고양이 시체를 가득 채우고 있던 구더기의 힘이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스스로 일어나 걸어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살아있었다는 감각은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있다.
자연이 사람들의 손에 이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어른이 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니 기대를 한다고 표현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에게서 훼손된 자연물들은 그냥 그렇게 사라지는 걸까?
너무나도 아까운 생명들을 위한 방법이 없을까?
그렇게 사라진 생명에게 부족함 없는 힘을, 그것을 지켜낼 기술을하나씩 하나씩 부여해본다
더 단단하고 더 튼튼하게 진화 하기를 그렇게 쉽게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